데이터 분석

치킨 가격 - 원가를 찾아보자

발전생 2022. 8. 21. 01:25

대형 마트들의 저렴한 가성비 치킨이 나오면서 요즘 뉴스, 기사, 커뮤니티가 매우 뜨겁습니다. 

7000원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당당치킨, 그리고 롯데마트에서 부활한 한통치킨까지. 덕분에 소비자는 싸게 치킨을 사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당당치킨을 만드신 분이 저 가격에 팔아도 남는다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관련 업자들은 본인들은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닌 치킨집에 시켜도 양념 있는 치킨 한 마리면 배달비를 포함해서 2만원은 넘게 줘야 하는 게 현 상황입니다. 가성비라 불리던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2만원이 넘으며(두 마리이긴 해도 크기가 작으니...), 부어치킨도 원래 가격보다 상당한 인상을 한 지 오래입니다. 치킨을 무척 좋아하지만 한번 시킬 때 2만원은 기본으로 넘어버리니 고민하다 배달 앱을 꺼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항상 하는 말 

물가, 곡물 값, 닭고기 값, 기름 값 안 오른 게 없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치킨 가맹점주가 하는 말

배달 업계에서 배달비를 인상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본사에서 공급해주는 재료들의 가격과 인건비, 전기비 등 빼고나면 남는 게 하나 없다.

 

물가 상승에도 이익을 항상 남겨야하는 본사, 배달비와 본사에서 주는 재료비가 오르니 가격을 올리는 가맹점.

다들 살기 위한 가격 인상이니 이해를 하려 노력 중입니다.  한 기사에서 가맹점주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치킨 한 마리당 배달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7~8천원 꼴이라고 합니다. 배달시킬 때마다 소비자가 기본 3천원을 배달비로 지불하는데 배달 플랫폼에서 그 정도로 뜯어간다니 이게 사실인가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지만 주변에 가게를 하시는 분이 없으니 강하게 부인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치킨의 원가는 얼마일까? 

 

식용유 가격

일단 모 치킨 회사 대표의 말처럼 식용유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로 한 번 가격이 미치게 올라갔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22년 2월 24일에 일어났습니다. 이후 5월에 식용유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소비자 물가 정보 서비스"로부터 가져왔습니다. 소비자가 식용유 1.8L를 구매할 때의 가격 평균을 계산해놓은 데이터입니다.

 

 

생닭 가격

 생닭 가격은 "한국육계협회"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닭 호수별로 가격이 나와있고, 한 달에도 여러 번 가격 조사를 해서 나름 촘촘한 데이터입니다. 

kg당 가격은 7,8호 닭이 9,10호 닭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7,8호 닭이 9,10호 닭보다 가볍기 때문에 1마리 기준으로 보면 9,10호 닭이 더 비쌀 것입니다. 그러니 작은 닭을 쓴다고 해서 비싼 닭을 쓴다고 좋아하면 안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치킨 한 마리의 원가를 계산해보려 합니다.

계산에 아래와 같은 가정이 깔려있습니다.

  • 60계 치킨의 마케팅을 따라 업소용 18L 식용유로 60마리를 튀긴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그러면 1마리를 튀기는 데 0.3L를 사용하는 꼴입니다.
  • 18L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분명 1.8L짜리 10개를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할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8월 식용유 1.8L 가격은 9천원 정도로 나오지만 현재 다나와에 검색해봐도 업소용 18L 식용유는 7만 3천원 정도입니다. 닭 1마리 튀기는 데 기름 0.3L가 필요하다고 보고, 가지고 있는 데이터인 1.8L 식용유 가격을 6으로 나눈 값을 한 마리를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값이라고 책정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같이 보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기름 값이 오른다 해도 닭 한 마리 자체의 가격보다는 저렴합니다.

메인 프랜차이즈는 거의 10호 닭을 사용하므로 날짜별 9-10호 닭 한 마리 가격 + 한 마리를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가격을 계산해보겠습니다. 식용유 가격 데이터가 월 단위로 제공되기 때문에 닭 가격도 월별로 평균을 내겠습니다. 

 

  • 닭 한 마리 + 튀기는 기름 비용은 2021년 ~ 2022년 8월 현재까지 평균 6035원, 최대 7319원이었습니다.
  • 닭 가격, 식용유 가격이 서서히 올랐기 때문에 치킨 제작의 원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 닭 한 마리당 쓰는 기름 값을 업소용 기준으로 하지 않고 1.8L 가격을 기준으로 했고 이 정도 가격이 나왔습니다.
  • 여기에 치킨 튀길 떄 쓰는 가루 비용은 안 들어갔는데 크지 않다고 추정됩니다. 다나와 기준 5kg 치킨 튀김가루가 1만 4천원 정도입니다. 튀김가루는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저 원가면 당당치킨의 가격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현재인 2022년 8월을 기준으로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적용해봤습니다
업소용 식용유 18L의 최저가 73520원을 사용했습니다. 아까 한 마리 튀기는 데 0.3L로 추정했으므로 60으로 나눠서 한 마리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비용을 추정해보겠습니다.

치킨 1마리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가격 : 1225.3333333333333원
9-10호 닭 현재 1마리 가격 : 3923.0원
합계 비용 : 5148.333333333333원
  • 2022년 8월 생닭 9-10호 가격 + 튀기는 기름 가격을 추정해보면 치킨 1마리 원가는 5148원 정도입니다. 직접 유통을 통해 원가를 줄이기도 할 것이고, 포장 용기 비용, 튀김가루 비용, 인건비, 전기세까지 하면 더 플러스가 될 것입니다.
  • 당당치킨이 후라이드 한 마리를 정상가인 7천원 정도에 판매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해보이지만 할인가로 판매하는 건 이윤을 얼마나 적게 가져가는 걸까요?

 

치킨 회사 본사의 영업이익도 같이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기업이 상장해야 영업이익을 열람할 수 있는데 치킨 업계 중에서는 교촌치킨만 상장했습니다. 교촌치킨은 2020년에 비해 2021년 매출액은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어쩌면 교촌치킨은 착한 걸지도요? 전 bhc의 영업이익을 꼭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열이 매출액, 제일 오른쪽 열이 영업이익입니다)

 이미 치킨 원가가 기사화되고 많이 이슈가 되었지만 과거와 비교해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해보고 싶어 이러한 분석을 해봤습니다. 치킨 1마리 원가는 5~6천원 정도로 추정되며, 배달 플랫폼에 내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플러스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형마트들의 치킨 가격은 다시 한 번 놀랍습니다. 해당 치킨 정책을 펼쳐주신 임직원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치킨 가격이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이 치킨 원가보다 더 비싸다면 이것은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배달비를 끝도 없이 올리는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 생태계를 너무 교란시켜 놓았습니다. 중국집, 치킨집에서 무료로 배달해주는 게 당연하던 시대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치킨 가맹점, 본사를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 역시 많이 오른 치킨 값 때문에 치킨을 쉽사리 시켜먹지 못 해 슬픕니다. 제가 작성한 내용을 보고 누군가는 가맹점주가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어떤 이는 원가가 뇌리에 꽂혀  치킨 회사들이 악덕 업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다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이 오르기만 하지 말고 내리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