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들의 저렴한 가성비 치킨이 나오면서 요즘 뉴스, 기사, 커뮤니티가 매우 뜨겁습니다.
7000원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당당치킨, 그리고 롯데마트에서 부활한 한통치킨까지. 덕분에 소비자는 싸게 치킨을 사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당당치킨을 만드신 분이 저 가격에 팔아도 남는다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관련 업자들은 본인들은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닌 치킨집에 시켜도 양념 있는 치킨 한 마리면 배달비를 포함해서 2만원은 넘게 줘야 하는 게 현 상황입니다. 가성비라 불리던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2만원이 넘으며(두 마리이긴 해도 크기가 작으니...), 부어치킨도 원래 가격보다 상당한 인상을 한 지 오래입니다. 치킨을 무척 좋아하지만 한번 시킬 때 2만원은 기본으로 넘어버리니 고민하다 배달 앱을 꺼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항상 하는 말
물가, 곡물 값, 닭고기 값, 기름 값 안 오른 게 없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치킨 가맹점주가 하는 말
배달 업계에서 배달비를 인상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본사에서 공급해주는 재료들의 가격과 인건비, 전기비 등 빼고나면 남는 게 하나 없다.
물가 상승에도 이익을 항상 남겨야하는 본사, 배달비와 본사에서 주는 재료비가 오르니 가격을 올리는 가맹점.
다들 살기 위한 가격 인상이니 이해를 하려 노력 중입니다. 한 기사에서 가맹점주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치킨 한 마리당 배달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7~8천원 꼴이라고 합니다. 배달시킬 때마다 소비자가 기본 3천원을 배달비로 지불하는데 배달 플랫폼에서 그 정도로 뜯어간다니 이게 사실인가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지만 주변에 가게를 하시는 분이 없으니 강하게 부인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치킨의 원가는 얼마일까?
식용유 가격
일단 모 치킨 회사 대표의 말처럼 식용유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로 한 번 가격이 미치게 올라갔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22년 2월 24일에 일어났습니다. 이후 5월에 식용유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소비자 물가 정보 서비스"로부터 가져왔습니다. 소비자가 식용유 1.8L를 구매할 때의 가격 평균을 계산해놓은 데이터입니다.
생닭 가격
생닭 가격은 "한국육계협회"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닭 호수별로 가격이 나와있고, 한 달에도 여러 번 가격 조사를 해서 나름 촘촘한 데이터입니다.
kg당 가격은 7,8호 닭이 9,10호 닭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7,8호 닭이 9,10호 닭보다 가볍기 때문에 1마리 기준으로 보면 9,10호 닭이 더 비쌀 것입니다. 그러니 작은 닭을 쓴다고 해서 비싼 닭을 쓴다고 좋아하면 안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치킨 한 마리의 원가를 계산해보려 합니다.
계산에 아래와 같은 가정이 깔려있습니다.
- 60계 치킨의 마케팅을 따라 업소용 18L 식용유로 60마리를 튀긴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그러면 1마리를 튀기는 데 0.3L를 사용하는 꼴입니다.
- 18L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분명 1.8L짜리 10개를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할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8월 식용유 1.8L 가격은 9천원 정도로 나오지만 현재 다나와에 검색해봐도 업소용 18L 식용유는 7만 3천원 정도입니다. 닭 1마리 튀기는 데 기름 0.3L가 필요하다고 보고, 가지고 있는 데이터인 1.8L 식용유 가격을 6으로 나눈 값을 한 마리를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값이라고 책정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같이 보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기름 값이 오른다 해도 닭 한 마리 자체의 가격보다는 저렴합니다.
메인 프랜차이즈는 거의 10호 닭을 사용하므로 날짜별 9-10호 닭 한 마리 가격 + 한 마리를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가격을 계산해보겠습니다. 식용유 가격 데이터가 월 단위로 제공되기 때문에 닭 가격도 월별로 평균을 내겠습니다.
- 닭 한 마리 + 튀기는 기름 비용은 2021년 ~ 2022년 8월 현재까지 평균 6035원, 최대 7319원이었습니다.
- 닭 가격, 식용유 가격이 서서히 올랐기 때문에 치킨 제작의 원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 닭 한 마리당 쓰는 기름 값을 업소용 기준으로 하지 않고 1.8L 가격을 기준으로 했고 이 정도 가격이 나왔습니다.
- 여기에 치킨 튀길 떄 쓰는 가루 비용은 안 들어갔는데 크지 않다고 추정됩니다. 다나와 기준 5kg 치킨 튀김가루가 1만 4천원 정도입니다. 튀김가루는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저 원가면 당당치킨의 가격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현재인 2022년 8월을 기준으로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적용해봤습니다
업소용 식용유 18L의 최저가 73520원을 사용했습니다. 아까 한 마리 튀기는 데 0.3L로 추정했으므로 60으로 나눠서 한 마리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비용을 추정해보겠습니다.
치킨 1마리 튀기는 데 필요한 기름 가격 : 1225.3333333333333원
9-10호 닭 현재 1마리 가격 : 3923.0원
합계 비용 : 5148.333333333333원
- 2022년 8월 생닭 9-10호 가격 + 튀기는 기름 가격을 추정해보면 치킨 1마리 원가는 5148원 정도입니다. 직접 유통을 통해 원가를 줄이기도 할 것이고, 포장 용기 비용, 튀김가루 비용, 인건비, 전기세까지 하면 더 플러스가 될 것입니다.
- 당당치킨이 후라이드 한 마리를 정상가인 7천원 정도에 판매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해보이지만 할인가로 판매하는 건 이윤을 얼마나 적게 가져가는 걸까요?
치킨 회사 본사의 영업이익도 같이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기업이 상장해야 영업이익을 열람할 수 있는데 치킨 업계 중에서는 교촌치킨만 상장했습니다. 교촌치킨은 2020년에 비해 2021년 매출액은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어쩌면 교촌치킨은 착한 걸지도요? 전 bhc의 영업이익을 꼭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이미 치킨 원가가 기사화되고 많이 이슈가 되었지만 과거와 비교해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해보고 싶어 이러한 분석을 해봤습니다. 치킨 1마리 원가는 5~6천원 정도로 추정되며, 배달 플랫폼에 내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플러스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형마트들의 치킨 가격은 다시 한 번 놀랍습니다. 해당 치킨 정책을 펼쳐주신 임직원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치킨 가격이 제대로 이슈화되지 못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이 치킨 원가보다 더 비싸다면 이것은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배달비를 끝도 없이 올리는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 생태계를 너무 교란시켜 놓았습니다. 중국집, 치킨집에서 무료로 배달해주는 게 당연하던 시대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치킨 가맹점, 본사를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 역시 많이 오른 치킨 값 때문에 치킨을 쉽사리 시켜먹지 못 해 슬픕니다. 제가 작성한 내용을 보고 누군가는 가맹점주가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어떤 이는 원가가 뇌리에 꽂혀 치킨 회사들이 악덕 업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다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이 오르기만 하지 말고 내리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